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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비상계엄 여파에 썰렁해진 용리단길…얼어붙은 연말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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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연 기자 | 강다현 기자

승인 : 2024. 12. 17. 17:57

핫플레이스로 불리던 용리단길
계엄선포 이후 손님 발길 '뚝'
"코로나19때 보다 더 힘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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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리단길에는 점심시간이면 직장인들로 붐벼야 할 식당 골목이 썰렁하기만 하다. /강다현 기자
"믿었던 연말 예약이 비상계엄 선포 이후 줄줄이 취소됐어요. 텅 빈 테이블만 보면 한숨만 푹 나옵니다."

17일 오후 12시께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 신용산역 일원의 용리단길. 점심시간이면 공무원과 직장인들로 붐벼야 할 식당들은 썰렁하기만 했다. 테이블들은 텅 비어 반찬만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이었다. 한 고깃집 카운터에 서 있던 직원은 "비상계엄 이후 손님 발길이 뚝 끊겼다. 반찬만 차려놓고 기다리다 보면 정말 허무하다"며 "점심이 이 정도인데, 저녁 장사는 말할 것도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 16일 밤은 상황이 더했다. 평소 같으면 송년회와 연말 모임으로 붐볐을 곳이지만 고요하기만 했다. 반짝이는 크리스마스트리 장식과 흘러나오는 캐럴은 공허하게 울려 퍼졌고, 어둠에 잠긴 골목은 인기척은 드물게 느껴졌다. 최근 국방부나 대통령실 손님들 예약이 다 취소됐기 때문. 이곳을 가득 메웠던 공무원들이 요즘은 소규모 모임조차 자제하는 분위기다.

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수년간 서울 '핫플레이스'로 여겨지던 용리단길(지하철 신용산역과 삼각지역 사이 골목 상권)에 각종 모임과 회식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지역 상인들이 후폭풍을 그대로 체감하고 있다. 지역 상인들은 일제히 "연말 특수는 물 건너갔다. 코로나19 때보다 더 힘든 것 같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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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각종 모임과 회식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리단길은 연말 특수로 북적여야 할 식당들이 텅 비어있다. /강다현 기자
평소라면 줄을 서야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다는 유명 염소요리집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대문 너머 보이는 12개의 테이블은 텅 비어 있었고, 직원들은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간혹 지나가는 사람들 목소리가 골목에 울릴 때 직원들은 무심코 고개를 들었지만, 곧 다시 긴 한숨만 내쉬며 의자에 주저앉았다.
이곳에서 10년째 고깃집을 운영해온 상인 A씨는 "이 시간에는 테이블이 꽉 차 있어야 정상인데, 오늘은 고작 두 팀뿐"이라며 "우리 집은 연말이면 웨이팅까지 있을 정도로 유명했는데, 올해는 연말 예약 취소 문의가 하루에 수십 통씩 온다. 매출의 30~40%를 차지하던 군인 손님도 다 끊겼다"고 말했다.

인근 호프집을 운영하는 B씨도 한숨을 내쉬었다. B씨는 "평소 같으면 국방부나 대통령실, 경찰 손님들의 회식으로 테이블 여섯 개가 쉬지 않고 돌아갔을 텐데, 요즘 예약 자체가 없다"며 "최근 일주일 동안 만석이 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하소연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깊어지면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4일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해 달라"고 당부하기까지 했다. 탄핵정국으로 사회 불안감이 커지면서 골목 경제의 위축을 우려해서다. 실제로 통계청 따르면 비상계엄 이후 전국 소상공인 외식업 신용카드 매출이 전년 대비 9%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비상계엄 사태로 예약 취소와 소비 위축이 이어지며 연말 특수가 사실상 사라졌다"며 "심리적 경기 부양을 위해 정부는 소득공제율 확대와 세제 완화 같은 정책적 지원을 강화하고, 지자체는 소비 진작 행사와 지역 상권 활성화 대책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박주연 기자
강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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