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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활짝 핀 수국에 눈 호강, 홍어장수 문순득 이야기에 귀 쫑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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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환 기자

승인 : 2023. 06. 06. 15:26

신안 도초·비금·우이도
도초도 환상의 정원
도초도 '환상의 정원'/ 여름에는 팽나무 아래 활짝핀 수국이 운치를 더한다./ 신안군 제공
요즘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섬이 많아졌다. 다리를 건너 뭍의 산물이 수월하게 침투한다. 이런 섬은 풍경이 바뀌고 사람 사는 모습이 바뀌는 시간도 덩달아 빠르다. 망망한 바다에 고립된 섬은 변화가 더디다. 일상탈출의 해방감을 확실하게 느끼려는 도시인에게는 이런 섬이 어울린다. 일기예보를 체크하고 배 시간표를 챙겨야 하지만 이런 불편함 때문에 여운이 오래간다. 전남 신안의 도초도는 목포에서 쾌속선을 타고 바닷길을 1시간쯤 가야 닿는다. 비금도와 다리로 이어지고 우이도로 향하는 배도 들르는 섬이다.

도초도 자산어보 세트장
도초도 해안 언덕에 자리잡은 영화 '자산어보' 세트장/ 투어플랜트 제공
◇ 도초도, 영화 '자산어보' 촬영지...여름에는 수국 만개

신안은 '섬의 고장'이다. 유인도, 무인도 다 합치면 그 수가 약 1000개나 된다. 도초도는 신안의 '핫'한 섬 가운데 하나다. 이준익 감독의 영화 '자산어보(2021)'의 실제 촬영지다. 영화는 조선후기 실학자이자 정약용의 둘째 형 정약전(1758~1816)이 천주교 전교에 힘쓰다 신유박해로 유배된 흑산도에서 창대라는 청년과 '자산어보'를 집필하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서 '흑산도'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정약전이 당시 유배된 흑산도는 지금의 우이도다. 그럼 지금의 흑산도는? 당시 대흑산도였다. 우이도는 조선시대 먼 바다로 나가는 요충지였다. 1676년 수군의 진지였던 흑산 진이 우이도에 설치됐다. 이때부터 우이도는 흑산도로, 지금의 흑산도는 대흑산도로 불렸다. 정약전은 흑산도, 대흑산도에서 모두 유배생활을 했다. 우이도나 흑산도나 가기는 지금도 만만치 않다. 특히 목포에서 우이도까지 뱃길로 4시간이 걸린다. 그나마 배편도 하루 딱 한 차례뿐이다. 도초도에서 우이도까지 운항하는 배가 있지만 이것 역시 하루 딱 한 차례 다닌다. 여기서도 1시간 이상 걸린다. 이러다 보니 도초도가 촬영지의 대안이 됐다.
도초도 북서쪽 해안가 언덕에 세트장이 있다. 정약전이 머물던 초가에서 '인증샷'을 촬영하려는 여행자들이 도초도를 찾아온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소담한 어촌마을의 평온한 정취가 여기서도 느껴진다. 바다 풍광도 좋고 해넘이도 장관이라고 입소문이 났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슈룹'(2022)도 여기서 촬영했다.

수국공원
도초도 수국공원. 24일부터 수국공원, 환상의 정원 일대에서 섬수국축제가 열린다./ 신안군 제공
하나만 더 추가하면 '환상의 정원'을 기억하자. 여기도 요즘 여행자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다. 환상의 정원은 도초도의 관문인 화포선착장에서 약 4km 구간에 걸쳐 조성된 팽나무 가로수길이이다. '팽나무 10리길'로도 불린다. 전국 각지에서 기증 받은 70~100년생 팽나무 760그루가 폭 3m 길을 따라 늘어섰다. 팽나무 아래에는 수국이 식재됐다. 여름에는 만개한 수국이 오래된 나무와 어우러져 운치를 더한다. 산책로 끝에는 3만여 본의 수국이 식재된 수국공원이 있다. 수국공원과 환상의 정원 일대에서 섬수국축제가 24일부터 7월 3일까지 열린다.

이름난 해변은 없나. 도초도의 해안선은 43km에 달한다. 뭍에서 멀리 떨어져 있지만 결코 작지 않다. 해안을 따라 크고 작은 해변이 나타난다. 이 가운데 시목해변이 가장 크다. 모래사장 길이가 2.5km에 이른다.

비금도 하트해변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하누넘해변. 해안선이 하트 모양이어서 '하트해변'으로 불린다./ 투어플랜트 제공
◇ 비금도, '하트해변'·명사사십리해변 명소

비금도는 도초도와 서남문대교로 연결된다. 한 섬이나 다름없다. 목포에서 비금도행 쾌속선도 다닌다. 도초도와 비금도는 시금치와 천일염이 유명하다. 특히 1946년 우리나라 섬 중에서 최초로 천일염이 시작된 곳이다. 소금밭을 렌즈에 담으려는 사진작가들이 오래 전부터 알음알음으로 이 섬에 들어오곤 했다. 당시 만들어진 대동염전은 지금까지 운영 중이다.

한갓진 해변을 찾아 머리를 식히려는 사람들도 비금도를 찾아온다. 비금도의 해안선 길이는 88km나 된다. 해안을 따라가면 크고 작은 해변이 나타난다. 섬의 북쪽 명사십리해변이 가장 유명하다. 진흙처럼 고운 모래를 가진 백사장이 약 4km나 이어진다. 모래가 어찌나 고운지 자동차가 빠지지 않고 지나다닐 수 있을 정도다. 매끄러운 모래사장 너머로 펼쳐지는 해넘이도 아름답다.

섬의 서남쪽에는 '하트해변'으로 잘 알려진 하누넘해변이 있다. 모래사장 길이가 1km 남짓이지만 하트 모양의 해변이 눈길을 끈다. TV 드라마 '봄의 왈츠'(2006) 촬영지로 일찌감치 입소문이 나며 한때는 연인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 하는 곳으로 꼽혔다. 지금은 해변을 한누에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조성됐다.

우이도 풍성사구
우이도 풍성사구/ 투어플랜트 제공
◇ 우이도, 국내 최대 모래언덕·홍어장수 문순득 이야기 흥미진진

우이도는 풍성사구가 유명하다. 풍성사구는 돈목해변 서쪽에 형성된 모래언덕이다. 높이 50m, 경사면 길이가 100m에 달한다. 국내 최대 규모다. 1970~80년대만 해도 여기에 비료 포대를 깔고 모래 썰매를 타는 사람들이 많았단다. 지금은 보존을 위해 출입이 금지됐다. 사구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지만 탐방로를 따라 정상부로 갈 수 있다. 모래언덕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해넘이가 장관이다. 풍성사구가 있는 돈목해변은 우이도에서 가장 큰 해변이다. 모래사장 길이가 1.5km다. '돈목'은 멧돼지 때문에 붙은 이름이다. 옛날에 이 섬에 멧돼지가 많았다. 주민들은 이 해변으로 멧돼지를 몰아 사냥했다. 해변이 양쪽이 모두 바다여서 멧돼지가 도망갈 곳이 없었단다.

우이도에서 또 유명한 인물이 조선시대 홍어장수 문순득(1777~1847)이다. 정약전이 쓴 '표해시말'의 주인공이다. 문순득은 1801년 12월 이 섬을 떠나 대흑산도(지금의 흑산도)에 있는 태사도로 홍어를 사러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풍랑을 만나 표류했다. 오키나와, 필리핀, 마카오, 중국을 거쳐 3년 2개월만에 다시 이 섬으로 돌아왔다. 당시 이 섬에서 유배생활을 하던 정약전이 그의 표류기를 쓴 것이 '표해시말'이다. 진리마을 선창에는 그의 동상이 서 있다. 생가도 복원됐다.

진리마을 선창은 조선시대 상업활동을 위해 만들어진 포구다. 원형이 잘 보존됐다. 당시 일대 상인들은 대흑산도에서 홍어를 사다가 내륙인 영산포에 팔고, 나주에서는 쌀 등 생필품을 사서 섬 주민들에게 팔았단다. 문순득도 홍어를 사러 갔다가 표류했다.
김성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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